급작스럽게 1달전(?)부터 온 가을을 타는건지, 방황을 이겨내기 위해 책을 미친듯이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나에게 지금 에세이를 읽으면 역효과가 날 것 같아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소설을 읽어보기로 했다.
그러다 그냥 손에 잡힌 '해피빌라'
어지간히 행복한가보다 싶다.
쭉쭉읽기 좋았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좀 더 있는 어른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서인지 제일 듣기 싫은 이야기가
옛날에는 이랬는데, 요즘것들은~
그리고 책을 읽은 뒤 알았는데,
그 옛날에 눈물바람을 일으킨 <가시고기>를 쓴 작가님이 쓰신 책이다.
어쩐지 책을 읽으면서 뭔가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옛날작가님이 쓰신 듯한 느낌의 구수한 책이였다.
아, 진짜 북클럽이라도 들어야 하는지.
왜 이렇게 표현이 어려운가 모르겠다.
- 붕어빵에 붕어 없듯이 이 할아비 인생도 딱 그 짝이구나.
어른들의 말을 모두 이해하려 들었다간 머리가 터져버린다. 그냥 넘어가는 게 머리도 안전하고 속도 편하다. 또 어른들과 잘 지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21p-
왜 어른들은 하나같이 비슷비슷한 것들이 궁금할까. 대답하기 곤란한 것들만 골라서 골탕을 먹이는 듯하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물어보는 꼴이다.
다리를 저니까 기분이 어때?
기분이 굉장히 꿀꿀해요. 궁금하면 직접 다리를 분질러보시던지... -28p-
금방이 6년이 되었다. 이제는 엄마의 얼굴도 잘 생각나지 않는다. 겨우 여섯 살이었다. 얼굴을 보면서 헤어졌다면 엄마를 분명히 기억할 수 있을까. 아마도.
꼭,꼭,꼭.
엄마는 엉터리 약속 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약속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게 될지 생각했어야 옳았다. -59p-
누나의 말은 진짜다. 진짜라서 돌아볼 수 없다. 누나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고모가 날 좋아한다는 말은, 가짜다.
누군가를 금방 좋아한다는 건 금방 싫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 아들 대신 내가 필요하다는 것도 웃긴다. 필요하기 때문에 사랑한다면, 매일 마시는 물도 감기에 걸려 먹는 약도 짜장면 속의 양파까지도 사랑해야 한다. -171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