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큰하게 김이 오르는 아귀찜. 아귀라는 물고기를 있는 그대로 보면 정말 못생겨서 정이 뚝뚝 떨어
지건만 음식으로 녹아나면 그 맛이 일품이다.
얼마나 험상궂고 못생겼으면 이름이 아귀였을까. 불교 용어로 지옥 세상에 사는 중생을 의미하는
아귀는 못생긴 정도를 떠나서 섬찟하기까지 하다. 옛날에는 어부들이 아귀가 그물에 걸리면 재수
없다며 다시 바다에 버리거나 다른 고기를 잡는 미끼로 쓸 정도였다. 머리가 전체 몸통의 절반
이상인 아귀는 그 큰 머리 대부분이 입이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그런 아귀라도 먹어야 했을테고
끓이다보니 워낙 수분함량이 많은 생선이라 물텀벙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아귀의 본고장은 마산과 여수 앞바다로 알려졌다. 우리가 흔히 먹는 아귀찜은 오래전 마산 앞바다
에서 어부들을 대상으로 음식장사를 하던 주인이 우연히 개발한 레시피가 시초가 되었다 한다.
아귀를 재료로 생선탕을 팔다가 어느날 우연히 팔다 남은 아귀를 빨래줄에 걸어 놓았는데 한 단골
손님이 메뉴에 없는 해장국을 주인에게 부탁했다. 때마침 찬거리로 준비한 콩나물에 꾸득꾸득 말린
아귀를 넣고 고춧가루와 파 마늘로 버무린 경상도식 다대기로 간을 해 찜을 내놓았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혀 이후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마산에선 생아귀를 쓰는
부산, 여수와는 달리 말린 아귀로 조리한 건아귀찜이 더 유명하다.
- 아귀찜
아귀는 겨울철이 전성기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초가 가장 맛있는 계절로 이때가 지나면 아귀는
살이 물러 맛이 떨어져 대부분 냉동 아귀를 해동시켜 사용한다.
아귀는 무엇보다 건강에 이롭다. 단백질은 풍부한데 지방이 적고 수분이 많아 좀 많이 먹게 돼도
속에 부대낌이 거의 없다. 특히 간 해독에 탁월한 타우린 성분이 풍부한데다 속을 편하게 진정시켜
주는 효과까지 있어 술안주나 해장음식으로 아귀탕만한 음식도 드물 것이다.
아귀는 껍질과 내장, 아가미, 지느러미, 꼬리까지 뼈 외에는 버릴 것이 없다. 껍질에는 세포와 세포
를 이어주는 콜라겐 성분이 풍부해 피부나 근육 조직을 보호해준다. 아귀의 간에는 레티놀로 불리는
비타민A가 많아 손상된 세포나 조직을 치유해주고 시력보호와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아귀 간은 ‘바다의 푸아그라’로 불릴 만큼 맛도 좋다. 또 아귀에는 DHA와 EPA가
일일 권장 섭취량(1000㎎정도)의 7-8배가량 들어 있으며 뼈를 튼튼히 하는 비타민D, 피부염증을
방지하는 비타민B2도 들어있다.
신선한 아귀를 고르는 팁을 드리자면, 표면에 끈적거리는 점막이 많고, 살이 연한 핑크빛일수록
싱싱하며 50~70cm길이의 아귀를 요리했을 때 가장 부드럽고 특유의 쫀득한 맛도 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