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이 나서 일의 능률이 저하됨을 느낀다. 보양식하면 얼핏 삼계탕, 추어탕, 곰탕처럼 뭔가 몸보신이
될만한 기름지고 걸쭉한 음식들을 떠올리지만 이제는 그 개념을 바꿔야 한다.
너무 잘 먹고 지내서 거꾸로 병이 걸리는 시대에 일시적으로 좀 체력이 떨어졌다고 해 고지방 고열량
식을 챙겨먹는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김이 펄펄나는 뜨거운 냄비나 뚝배기에 든, 먹고나면 땀
으로 뒤범벅 되는 그런 음식을 아직도 보양식으로 떠올리는 건지. 먹거리의 패턴이 달라진 이제는
보양식의 메뉴도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먹고 나서도 개운하고 깔끔하면서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우며 다이어트에도 도움되는 재료로 만든
음식이야말로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보양식이라 할수 있겠다.
복날 간판음식인 삼계탕부터 리뉴얼이 필요하다. 조상의 지혜가 실린 이열치열의 음식 닭고기는
살리되 레시피 자체를 가볍고 산뜻하게 바꾸어 보자. 닭고기는 지방이 적은 부위인 닭가슴살로, 현대
인이라면 쉬 안고사는 고콜레스테롤증으로 인한 혈관장애를 막아주는 호두, 잣, 아몬드, 캐슈넛,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와 면역력을 돕는 브로콜리, 피망, 아보카도, 토마토, 파프리카 등 채소와 감귤
류, 오렌지, 포도, 자두 등 과일로 만든 오색의 샐러드가 훨씬 보양식 자격이 있다.
샐러드가 가볍게 여겨진다면 닭가슴살과 표고버섯, 대파를 간장, 청주, 다진마늘, 조청에 조려 만든
닭버섯조림과 고슬고슬하게 갓 지은 밥 한공기. 이런 메뉴들이 더위로 인해 일시적으로 축이 난
몸을 회복시키기에 더 안성맞춤이다.
- 닭가슴살 샐러드.
한여름 건강을 지키려면 조리된 음식 자체 보다는 들어갈 재료에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여름
음식에는 마늘을 애용하면 할수록 이롭다. 알리신, 스코르진 등 마늘속 성분들은 소위 페니실린 보다
도 강한 항생물질로 식중독은 물론 결핵, 장티푸스 같은 균으로부터도 몸을 지켜준다. ‘유산균의
먹이’랄 수 있는 섬유질이 풍부한 현미, 귀리, 보리 같은 곡류나 녹황색채소 중심의 자연음식은 어쩌
다 한번이고 대신 라면, 빵, 햄, 피자, 통조림식품 등 인스턴트 식품을 자주 먹는 사람치고 장이 건강
한 사람은 보지 못하였다.
좋은 균들은 점점 사라지고 어느새 장 속은 나쁜 균들 판이 된다. 이리 되면 상한 음식이 아니어도
툭하면 장염 증세에 시달리게 되는데 이때도 마늘은 효자역할을 한다.
마늘을 주재료로 활용하는 음식을 보양식으로 즐겨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이런 요리는 어떨까. 마늘
을 올리브유에 볶은 다음 채소들과 살은 안찌면서도 스테미너에 좋은 전복으로 어울린 음식. 이때
올리브오일, 레몬즙, 소금, 후추, 다진 파슬리 등으로 믹스한 드레싱을 살짝 뿌려서 호밀빵 한두조각
과 곁들이면 충분한 영양섭취와 더불어 더위에 지친 기분도 업시켜 줄 것이다.
- 장어구이
개중엔 “무슨 소리야 그래도 기름기가 속에 채워져야 보양식이지 무슨 샐러드인가” 하면서 집중하
지 못하는 독자분들도 있을 것같아 끝으로 장어를 추천한다. 필자가 장어를 꼽는 이유는 많은 영양소
들 중에서도 특히 면역력 증진, 생식 및 피부재생, 시력향상 기능이 탁월한 비타민A 성분 때문이다.
무게가 80g정도 되는 장어는 같은 중량의 쇠고기에 비해 무려 200배에 이르는 비타민A를 함유하고
있다. 장어의 기름을 동물성으로 여기고 성인병을 유발하는 음식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장어
기름은 불포화지방산으로 되레 혈관에 콜레스테롤 침착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세계 최고의 장수국인 일본에도 우리의 복날에 해당되는 그런 날이 있다. 음력으로 7월 중순경 도요
노우시노히(土用の丑の日). 우나기, 즉 장어를 먹는 날이다. 일찍이 일본 최고 고전으로 알려진
‘만엽집(萬葉集)’에서도 장어를 보양식으로 극찬할 정도로 일본인들의 장어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유별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