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와 열매

박주가리

노량진김삿갓 2020. 4. 15. 05:56
남자의 자존심을 살리는 박주가리(새박덩쿨). 
 
약초를 배울 때 많은 분들과 산행을 자주 했었다. 특히 스승을 따라서 오신 분들이 많았는데..
스승과 필자는 아침에 부지런히 움직여 봉삼(백선피)과 산삼을 캐고서 점심에 이르러 그분들과 만났다. 
그분들은 스승에게 점심을 접대하며 약초배우기를 청한다. 
그리고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자신들이 지닌 약초의 지식을 자랑한다. 
 
스승과 필자는 그들의 이야기만 듣고 있을 뿐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경이롭기까지하다. 거의 박사나 도사 수준이다. 
뭐에는 뭐가 좋고 이것은 이렇게 써야하고 저것은 저렇게 써야한다면서 침을 튀겨가며 
서로의 지식과 상식을 나눈다. 
그리고 산행이 시작됐다. 
 
산을 오르는 길에 박주가리가 눈에 띠었다. 
몇몇 분이 박주가리를 보며 또 한바탕 열띤 논쟁을 한다. 하수오다, 아니다하다가 
결국 연장?을 꺼내 뿌리를 캐본다. 
틀린 사람은 입을 닫고 맞힌 사람은 틀린 사람에게 어쩌구 저쩌구 일장 연설을 늘어 놓는다. 
거기에다 경박스런 양념?을 추가해가면서.. 
 
틀린 사람은 짜증을 내며 캤던 박주가리를 내동댕이친다. 
그들이 다투며 저만치 오를 때 필자는 말없이 박주가리를 챙겨서 배낭에 넣었다. 
스승은 그들에게 외친다. 
 
"오늘 갈 곳은 거기가 아녀." 
 
사람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 돌려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스승은 발길을 돌려 들판으로 향한다. 
그리고 잡초를 가리키며 그 잡초의 이름, 효능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러나 듣는 이들의 표정은 시큰둥하다. 
그리고 몇 마디 듣지도 않고 스승에게 말한다. 
 
"이런 잡초는 필요없어요. 
산에 가서 더 좋은 약초를 캐고 싶어요." 
 
스승은 가만히 듣고 한참을 생각하다 다시 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들은 스승을 따라가며 말한다. 
 
"산삼이나 한 뿌리 캤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산삼에 대해서 다시 열띤 논쟁을 벌인다. 
산양삼은 이렇고 지종, 천종을 논한다. 
스승과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너무 해박하여 감히 끼어들지도 못할 지경이다. 
심지어 필자도 잘 모르는 생김새까지 말한다. 가만히 듣다 넌지시 물어봤다. 
 
"저어.. 캐보셨나요?"
"아니, 아직 캐보지는 않았고 테레비에서 봤어요."
"아! 예." 
 
필자는 담배를 한 개피 꺼내 필터를 잘근 물고 스승의 곁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리곤 묘한 여운을 담배연기와 함께 내뱉는다. 
 
박주가리는 하수오와 비슷하게 생겨서 많은 이들이 혼동한다. 
뿌리를 캐어보고는 대부분 내팽개치거나 아님 던져버린다. 
그냥 그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앉아 있었을 뿐인데 애꿎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한다. 
필자는 묘한 웃음을 짓는다. 
왜냐고? 
 
욘석이 바로 한국판 천연비아그라기 때문이다. 
이 녀석이야말로 자양강장의 능력자다. 
뿌리는 물론 잎과 줄기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소중하고 
귀한 약재인데 사람들은 멀리서 또는 깊은 산중에서만 찾으려고만 한다. 
물론 하수오와는 성분부터 다르고 효능도 다르지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만큼 못난이는 아니다. 
 
사실 필자가 만든 #기력보에 이 박주가리도 정예군 중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필자가 잘 밝히지 않은 노하우 중에 하나다. 특히 채취도 쉬워서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들이나 산에 오르면 넝쿨을 감고 오를 수 있는 그 어떤 물체만 있으면 타고 올라가 앉는 것이 바로 
박주가리덩쿨이다. 
 
박주가리는 정기를 보할 뿐 아니라 산모가 젖이 잘 나오지 않으면 수유촉진제의 역할도 한다. 
또한 성불능(임포텐츠)을 치료하는 약재이기도 하다. 
해열, 해독작용이 있어 뱀이나 벌레에 물렸을 때 응급처치로 쓸 수 있으며 결핵이나 
천식에 좋고 담을 삭여 담석증을 치료한다. 
 
한방명으로는 라마라하고 고환, 내장등, 내장초 등 여러 이름으로 의서에 기록이 되어 있다. 
이녀석의 이름이 거의 성기와 비슷하다. 바로 성불능치료제로 써왔기 때문이다. 
 
씨는 라마자 또는 작합자라고 불리며 열매의 껍질은 천장각이라하며 뿌리는 라마근이라 부른다. 
이 씨앗은 말 그대로 정력환이라고 해도 된다. 그냥 생채로 씹어 먹어도 된다. 
고소해서 먹을만 하다. 천연비아그라다. 
이른 봄에 올라오는 새순은 나물로도 먹을 수 있는데 맛도 달달하고 괜찮다. 
온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을 때 박주가리의 순을 나물로 해서 밥을 쓱쓱 비벼먹으면 
기운도 솟고 밤의 능력자가 된다. 
 
그런데 멀리서만 좋은 약재를 찾으려한다. 사실 그리 큰 약효도 없는데 말이다. 
장수하는 대부분의 노인은 가까이 있는 봄나물이나 들꽃, 들풀을 많이 드셨다. 
떵떵거리는 양반님네들이 멀리 산중 깊숙히 숨은 것들을 찾아 드시고 촌부보다 일찍 세상을 하직했다. 
 
그리고 산삼을 캐 본 사람보다 캐지 않은 분들이 더 잘 알고 계셨다. 
테레비의 위대한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보세요. 아자씨들.
테레비에 나오는 대부분의 산삼은 무늬만 산삼입니다. 
산양삼이 대부분이며 지종이나 천종은 사진으로나 보여주지 결코 내놓지 않습니다. 
그리고 산삼은 보양제일 뿐입니다. 
차라리 봉삼(백선)은 치료제에 가까우니 필자는 산삼보다 봉삼을 먹겠소이다. 
 
박주가리 무시하지 마세요.
마나님께 사랑을 받으려면 말입니다. 
 
#기력보.

'약초와 열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를 맑게하는 점나도나풀  (0) 2020.04.15
바랭이풀  (0) 2020.04.15
둑새풀  (0) 2020.04.15
약초와나물  (0) 2019.03.23
방풍뿌리효능  (0) 2019.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