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에서 거둔 갖가지 나물로 상차림이 풍성해지는 봄날엔 화단에서 얻는 먹을거리도 제법입니다. 제각각 맵시와 분위기는 달라도 보라색 꽃으로 일상에 즐거움을 더해주는 방아잎, 비비추, 두메부추 모두 풋풋한 잎은 나물로 먹습니다. 이 중에서도 두메부추는 꽃이 탐스럽고, 부추와 비슷하게 생긴 잎은 생채•나물•찜•탕 등 먹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약용으로 쓰일 만큼 효능도 뛰어나면서 곁들이는 재료와 양념에 따라 색다른 맛을 자아내, 심고 가꾸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두메부추는 30㎝ 남짓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 자생력과 번식력이 좋습니다. 두메산골처럼 외진 곳에 자생해 '두메'라 부르는데, 이름에 걸맞게 화단에 들여놓아도 야생의 기질이 단연 돋보입니다.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거뜬히 나고, 장마 진다고 잎이 무르거나 가물다고 마르는 법도 없습니다. 처음 심을 때는 씨앗이나 뿌리를 구해 심고, 이듬해부터는 씨앗을 받아 뿌리거나 포기 나누기를 합니다. 많은 씨앗들이 자연스럽게 흩어져 싹이 트기 때문에 한 포기만 있어도 살림은 금세 늘어납니다. 산만하게 돋은 싹이나 덩치가 커진 뿌리는 4월 초순에 캐서 여유 있게 자리를 잡아주고, 터가 마땅치 않으면 화분에 심어도 됩니다. 진녹색 잎은 부추보다 넓고 두툼한데다 뿌리 번식이 왕성해 보기도 좋거니와 수확거리도 풍성합니다.
월동한 뿌리는 2월 중순경 새잎이 돋아서 쪽파, 대파, 부추와 고만고만하게 키 재기를 하며 자랍니다.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면 여러 개의 꽃자루가 올라와 보라색 꽃을 피우며 가을을 맞이합니다. 야생 마늘이라고도 부르는 두메부추 잎에선 풋마늘 느낌이 나고, 길고 가늘게 생긴 꽃자루는 끝이 살짝 구부러진 것까지 마늘종과 닮은꼴입니다. 꽃만 보아도 어여쁜데 나비가 훨훨 날아들어 두메부추 핀 가을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두메부추 잎은 부추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식감은 많이 다릅니다. 육질이 두툼하고 알로에 같은 즙이 많이 나와서 생잎을 씹으면 치아에 들러붙는 것처럼 끈적끈적한 느낌을 줍니다. 첫 맛에 알로에가 연상돼 분명 위와 장에 탁월한 효능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짐작대로입니다.
건강식품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두메부추는 위장 활동을 활성화시켜 입맛을 돋우며 소화를 돕고, 변비를 비롯한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좋습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피를 맑게 하며, 간에 쌓인 독을 풀어주고, 허약체질 개선에도 도움이 됩니다. 잎에 담긴 매운맛은 고추의 효능과 비슷하고, 은근하게 풍기는 독특한 냄새는 양파와 같은 성분이라고 합니다. 또한 땅속의 비늘줄기(알뿌리)는 이뇨제와 강장제로 이용되고, 항균 작용이 있어 염증 치료에도 약이 된다고 합니다.
월동한 뿌리에서 새잎이 돋으면 꽃대가 올라오기 전까지 부드러운 잎을 거둘 수 있습니다. 부추처럼 밑동을 낮게 자르면 다시금 잎이 자라고, 그대로 두면 질겨져 먹을 수 있는 기간이 짧은 대신 꽃이 피는 시기는 조금 앞당겨집니다. 며칠씩 냉장 보관해도 시들지는 않지만 생생한 맛을 즐기려면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씩 거두는 게 좋습니다.
재료 준비
- 두메부추 70g
- 콩물 150㎖
- 달걀 3개
- 감자 50g
- 당근 30g
- 홍고추 1개
- 소금 1작은술
- 식용유 약간
•콩물 만들기
- 메주콩 1컵
- 물 550㎖
- 소금 2/3작은술
만드는 방법
01 콩물 만들기. 메주콩은 4~5시간 물에 불려서 푹 잠기게 물을 붓고, 팔팔 끓기 시작하면 7~8분가량 삶는다. 냉수에 담가 손으로 비벼 껍질을 걸러내고, 물 절반을 넣어 뻑뻑하게 간 다음 나머지 물과 소금을 넣어 곱게 갈아준다(콩물은 거르지 않는다).
02 두메부추는 밑동을 낮게 잘라 씻어서 물기를 뺀다.
03 두메부추를 1㎝ 길이로 썰고, 감자와 당근은 다지듯 잘게 썬다. 고추는 링 모양으로 썰어 씨를 털어낸다.
04 달걀을 풀어 메주콩물과 소금을 고루 섞은 다음 두메부추, 감자, 당근을 섞는다.
05 지름이 한 뼘 남짓한 프라이팬에 기름칠을 고르게 해서(흥건하면 닦아낸다) 달군 후 약불로 줄인다. 버무려놓은 찜 재료를 붓고 홍고추를 보기 좋게 올린 후 뚜껑을 닫고 8~10분가량 익힌다.
06 가운데를 이쑤시개로 찔러서 묻어나지 않으면 불을 끄고, 한 김 나가면 접시에 옮겨 담는다.
도톰한 두메부추 잎을 날것으로 먹으면 고유의 향과 씹히는 맛이 진하고, 살짝 익히면 부드러워집니다. 콩물과 달걀을 섞어 두메부추찜을 만들면 은근한 단맛까지 더해져 아이들 영양 간식으로도 그만입니다. 여름철이라면 아삭한 풋고추, 피망, 파프리카, 애호박 등 제철 채소를 넉넉히 넣을 수 있고, 심심하게 간을 해서 초간장을 곁들이거나 케첩을 얹어도 어울립니다. 찜기에 쪄도 되는데, 크기가 적당한 프라이팬을 이용하면 다루기도 간편하고 담아낸 맵시도 깔끔합니다.
달걀이 들어가는 찜요리나 국물음식에 콩물을 넣으면 한결 구수해지고, 자칫 거북할 수 있는 달걀냄새가 나지 않아 뒷맛이 개운합니다. 콩물은 메주콩으로 만듭니다. 물에 담가 충분히 불린 콩을 메주 냄새가 나지 않도록 알맞게 삶아서 손으로 살살 비벼 껍질을 걸러냅니다. 깔끔하게 손질한 콩은 물을 섞어 갈아준 다음 거르지 않고 걸쭉한 상태 그대로 이용합니다. 육수로 대신해도 되지만 맛이나 포만감은 콩물이 낫고, 이런 방법으로 두메부추 콩물달걀탕을 끓여도 일품입니다. 콩물은 크림을 만들거나 빙수에 맛을 낼 때 우유를 대신할 수 있고, 여름철에 마시기 좋은 건강음료로도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두메부추는 파를 대신해 양념처럼 쓸 수 있고, 부추•쪽파처럼 생채나 김치도 담급니다. 생잎을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에 무치면 겉보기엔 풋마늘과 비슷하지만 두메부추가 좀 더 부드러워 심심하게 간을 해서 샐러드처럼 먹기도 합니다. 들기름에 지진 두부를 두메부추보다 약간 크게 썰어 맛간장•고춧가루 양념으로 훌훌 버무려도 맛깔스럽고, 멸치볶음•해물볶음에 넣어 살짝만 익히면 아삭하게 씹히면서 중심 재료의 맛을 한껏 돋우어줍니다. 파릇하게 데쳐서 간장•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무치면 향이 진하고, 깔끔한 나물무침은 김밥•비빔밥•잡채에 색과 맛을 살립니다. 방아잎을 섞어 장떡을 부치거나 간장 절임물을 부어 장아찌도 담글 수 있으니 몇 포기만 키워도 상차림이 번듯해집니다. 볼거리 먹을거리 넉넉하게 안겨주는 두메부추로 자연밥상을 차려보세요.
자운(紫雲)
글을 쓴 자운(紫雲)은 강원도 횡성으로 귀농하여 무농약•무비료 농법으로 텃밭을 일구며 산다. 그녀 자신이 현대병으로 악화된 건강을 돌보고자 자연에 중심을 둔 태평농법 고방연구원을 찾아가 자급자족의 삶을 시작했던 것. 건강이 회복되면서 직접 가꾼 채소로 자연식 요리를 하는 그녀의 레시피는 블로그 상에서 인기만점이다. 최근 '산골농부의 자연밥상'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http://blog.naver.com/jaun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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