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은
가야할 때는
꽃잎이 지는
찬란한 설레임으로
그렇게 가야지.
잠시 머무를 뿐
어느 곳인들
붙박이로 남을 수 있으랴
부두에 정박한 선박이
잠시 머무르 듯
가야할 거면
하늘하늘 바람결에
꽃잎 흩날리 듯
그렇게 가야지.
산다는 게 어떻든가
밝은 봄날 햇살이
새움을 돋게하거든
그게 기쁨 아니던가.
뜨거운 여름날
무성한 소나기라도 내리거든
세상은 살만한 거지.
산다는 게 그렇거든
가을날 익어가는
붉은 능금알 같은
넉넉함일 것을
함박눈 쏟아지는
동화 속 같은 누리에
잠시 나를 맡겨두었다가
그냥 소리없이 사그라지 듯
그렇게 가면 되지
산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