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만들기

살림이야기

노량진김삿갓 2015. 12. 3. 19:42

제06호 2009년 가을 살림,살림

[ 제철살림 ]

햇살을 먹는다, 가을 갈무리

글 윤은정

 

어린시절 기억을 더듬어보면 정다운 가을 갈무리 풍경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하곤 했었다. 돗자리 위에 한가득 펼쳐진 빨간 고추, 실에 가지런히 꿰어 매달아 놓은 무말랭이, 베란다 한쪽에 걸어둔 시래기, 옥상에서 한껏 가을햇살을 받아 누리던 표고버섯까지…. 외할머니가 시골에서 손수 말려 보내주신 호박고지는 겨우내 질리지 않는 별미 반찬 노릇을 톡톡히 하곤 했다. 가을 갈무리는 추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살림살이의 하나였다. 채소를 말리는 것 외에도 장아찌를 만들고, 장을 담그기 위해 메주를 쑤고, 젓갈을 만드는 것까지 모두 갈무리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간단하면서 영양이 풍부한 채소 말리기에 도전해 보자.

 


 제대로 알면 효과도 백배

 

 

Q  갈무리를 해두면 왜 좋을까?

채소의 수분을 바싹 말리면 세균이나 곰팡이가 번식하지 못해 오랫동안 저장해 두고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씹는 질감이 좋아지고 단맛이 강해지는 등의 장점이 있다. 또 비타민D의 함유량이 증가해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도와주기도 한다. 말린 채소로 요리를 하면 필요한 만큼씩만 꺼내 쓸 수 있으니 재료가 낭비되는 걸 방지할 수 있다.

 


Q  채소를 잘 말리기 위한 필수요소는?

가을 갈무리의 핵심은 햇볕이다. 볕이 좋을 때 바싹 말려야 빛깔은 물론 영양과 향기, 맛이 그대로 살아난다. 하지만 아무리 볕이 좋아도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채소가 잘 마르지 않을뿐더러 썩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조량이 많고 건조하면서도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은 갈무리 최적의 계절이다. 채소를 말릴 때 통풍이 잘되는 대바구니를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Q  초보자가 실패하지 않으려면?

강한 햇볕에서는 겉의 수분만 없어지고 속까지 완전히 마르지 않으므로, 통풍이 잘되는 그늘에서 뒤집어가며 말리도록 한다. 이때 한쪽을 완전히 말린 다음에 뒤집어야 깨끗하게 말려진다. 덜 말리면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말리지 말고 적당한 양을 서너 차례 나누어 말리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Q  채소마다 말리는 방법은 다 똑같을까?

채소는 종류별로 써는 방법도 제각각이고, 말리는 방법에도 약간씩 차이가 있다. 햇볕을 쬐더라도 산화가 덜 되는 고추, 무, 애호박, 가지, 표고버섯 등은 그냥 말려도 되지만 부서지기 쉬운 고춧잎, 무청, 고구마순, 토란대, 고사리 등은 살짝 데쳐서 말려야 한다.

 

 

Q  어떻게 보관해야 오래 갈까?

완전히 말린 무는 비닐봉지나 바구니에 담아 보관하면 된다. 덜 말랐다면 냉동 보관해야 곰팡이가 생기거나 갈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말린 가지는 비닐봉지에 넣은 후 냉동 보관해야 변색되지 않고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 말린 토란대는 다발로 묶어서 대바구니에 담아 서늘한 곳에 두도록 한다. 부서지기 쉬운 호박고지, 시래기 등은 밀폐용기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갈무리 채소들

 

 

호박고지


가을 식탁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애호박은 비타민 B와 C, 카로틴이 풍부해 피부를 건강하게 해준다.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따뜻한 햇살에 말리면 단맛이 한층 살아난다. 늙은 호박은 부인병, 성인병 개선에 뛰어난 효능이 있다.


이렇게 손질하세요! 연둣빛의 작은 애호박을 껍질째 5mm 두께로 둥글게 썰어 준비한다. 넓은 대바구니에 펼쳐서 통풍이 잘되고 햇볕이 좋은 곳에서 말린다. 늙은 호박은 반으로 쪼개 씨를 제거한 다음 껍질을 벗겨내고, 칼로 둥글게 썰어 긴 끈처럼 만들어서 줄에 널어 말린다.


이렇게 요리하세요! 물에 살짝 씻어 부드러워진 호박고지에 파, 마늘, 간장, 참기름을 넣고 고루 무친다. 찌개로 끓여 먹으면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늙은 호박은 찹쌀가루와 버무려 호박떡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무말랭이


가을에 나오는 무의 단맛이 가장 강하므로 9월 말에서 10월 초쯤 말리는 것이 적당하다. 너무 크지 않으면서 매끈하고 광택이 있는 것일수록 품질이 좋다. 껍질에 비타민C를 비롯한 영양분이 많으므로 껍질째 썰어 말리는 것이 포인트.


이렇게 손질하세요! 무를 깨끗이 씻은 뒤 길이 3~5cm 두께 5mm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가늘게 썬다. 넓은 채반에 널어 말리거나, 실로 꿰어서 빨랫줄에 널어도 좋다. 무가 서로 닿지 않도록 약간 느슨하게 꿰는 것이 요령. 그리고 무는 빠른 시간 안에 말려야 검게 변색되지 않고 뽀얗게 잘 마른다.
 

이렇게 요리하세요! 무말랭이를 찬물에 1시간 정도 불린 다음 물기를 빼고 간장, 고춧가루, 설탕 등을 넣어 버무린다. 너무 오래 불리면 단맛이 빠져나가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춧잎 말린 것이나 마른 오징어와 함께 무치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시래기


무 끝부분에 달려 있는 무청을 잘 다듬어 말린 것이 바로 시래기. 무청에는 비타민C와 철분, 식이섬유소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초보자일 경우 상태가 좋은 무청만 잘게 썰어서 말리는 게 훨씬 수월하다.
 

이렇게 손질하세요! 무청의 지저분한 겉잎을 정리한 후 연한 소금물에 데쳐서 찬물에 여러 번 헹군다. 물기를 꼭 짜낸 무청을 채반에 펼쳐 두거나, 끈으로 엮어서 햇볕이 잘 들고 바람이 통하는 벽면에 걸어 둔다.

 

이렇게 요리하세요! 시래기는 끓는 물에 푹 삶아 찬물에 우렸다가 사용해야 제 맛이 난다.

 

 

표고버섯


가을이 제철인 표고버섯은 섬유질이 풍부해 장 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동맥경화, 당뇨병, 고혈압 등에도 효능을 보인다. 항암작용을 하는 물질도 들어있다고 한다. 생표고버섯에는 비타민D가 거의 없지만 말린 표고버섯에는 비타민D가 다량 생성돼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식품으로 꼽힌다.
 

이렇게 손질하세요! 표고버섯의 기둥을 떼어내고 씻지 않은 채로 적당한 두께로 썰어 채반에 널어 말린다. 바싹 마른 버섯은 냉동실에 보관해 두면 좋다.
 

이렇게 요리하세요! 말린 표고버섯을 불릴 때는 차가운 물에서 서서히 불려야 한다. 뜨거운 물에 불리면 색이 검게 변하기 때문. 버섯을 우린 물은 국이나 찌개를 끓일 때 재활용하면 좋다. 기둥 부분은 갈아서 조미료 대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가지오가리


가지는 늦가을에 끝물로 거둔 것을 말려야 단맛이 강한 데다 씨가 없어 깨끗하다. 가지를 고를 때는 껍질이 얇고 윤기가 도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요령이다. 더불어 살이 단단하고 무거울수록 좋다. 대보름에 먹는 아홉 가지 나물 중에 하나니 넉넉하게 사다 말려두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이렇게 손질하세요! 가지를 꼭지는 그대로 둔 상태에서 길이로 3~4등분 한 다음 줄에 길게 매달아 그대로 말린다. 아니면 끓는 소금물에 재빨리 데치거나 찜통에 살짝 찐 후 말리는 방법도 있다. 말린 가지는 냉동실에 보관하거나, 망주머니에 넣어 건조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놓는다.


이렇게 요리하세요! 가지오가리를 물에 불린 후 기름에 볶아내면 씁쓸하면서도 담백한 풍미를 살릴 수 있다. 껍질을 벗기지 않고 말렸기 때문에 씹히는 질감도 뛰어나다.

 

 

토란대


추석에 끓여먹는 토란탕으로 익숙한 채소인 토란은 습지에서 잘 자라는 뿌리채소로서, 녹말 함량이 높아 주식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토란이 한창인 10월쯤에 토란대를 잘 말려 두면 볶음이나 탕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손질하세요! 껍질을 벗겨낸 토란대를 적당한 길이로 썬 후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다. 찬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꼭 짜서 채반에 널어 말리면 된다. 말린 토란대는 한 다발씩 묶어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한다.
 

이렇게 요리하세요! 말린 토란대는 물에 불리지 않고 바로 삶아서 요리해야 부드러워진다.

 

 

고구마순


섬유질이 풍부하고 비타민•칼슘•칼륨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고구마순은 변비•대장암•골다공증•고혈압 예방과 노화 방지에 탁월한 식품이다. 고구마의 단맛이 절정에 오르는 10월에 연한 것만 골라 말리도록 한다.


이렇게 손질하세요! 깨끗이 씻은 고구마순의 껍질을 벗겨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다. 찬물에 헹궈 물기를 빼고 채반에 널어 말리다가, 한나절이 지나면 손으로 한번 비빈 후 다시 진갈색으로 빳빳해질 때까지 바싹 말린다.


이렇게 요리하세요! 말린 고구마순은 하루 정도 불려 두었다가 요리하는 것이 좋다. 볶음, 찌개, 무침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이 가능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바삭바삭하게 즐기는 갈무리 식단

 

* 단호박칩

단호박은 꼭지를 떼고 반을 갈라 속을 파낸다. 반원 모양을 살려 2~3mm 두께로 껍질째 얇게 썰어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린다. 말린 단호박을 기름에 살짝 튀겨낸 후 키친타월로 기름기를 없애고 식기 전에 약간의 소금과 설탕을 뿌린다.

 

* 고추부각

고추를 반으로 갈라 씨를 털어내고 소금물에 하룻밤 정도 담가둔다. 소금기를 씻어낸 고추에 걸쭉하게 쑨 찹쌀가루 풀을 묻혀서 찜통에 찐 다음 충분히 말린다. 잘 마른 고추부각을 밀폐용기에 담아두었다가 먹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 기름에 튀겨낸다.

 

* 미역튀각

마른 미역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기름에 튀긴 다음 식기 전에 설탕을 뿌려 버무리면 완성. 마른 재료를 그대로 튀기는 것이 부각과 다른 점이다.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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