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호흡의 여유
초보 조각가가 얼굴을 조각할 때는
요령이 있다고 합니다.
코는 될수록 크게 하고,
눈은 될수록 작게 새기는 겁니다.
코는 처음에 크게 만들어놔야
나중에 작게 깎을 수 있고,
눈은 처음에 작게 새겨 놔야
나중에 크게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 반대로 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작게 새긴 코를 다시 늘릴 순 없고
크게 새긴 눈을 작게 고칠 순 없습니다.
그러니까, 처음 조각할 땐 나중에 수정할 수 있도록
얼마간의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모든 일을 딱 부러지게 처리합니다.
처음부터 Yes와 No를 확실하게 해둡니다.
하지만 그렇게 선을 딱 그어놓으면
나중에 '아니다' 싶어도 바로잡기 힘들어집니다.
처음부터 딱 맞게 조각해 놓은 코는
나중에 좀 작다는 느낌이 들어도
다시 크게 바로잡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때로는 순간적인 판단에 의해 함부로 말을 해놓고,
그 말 때문에 행동제약을 받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고 판단한 게 전부라고 착각할 때가 많지만
사실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들도 많고,
또 그만큼 실수할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너무 여유 없이 단정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태도입니다.
코는 좀 크다 싶게,
눈은 좀 작다 싶게 해놓고
차츰차츰 다듬어 나가듯,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그런 한 호흡의 여유가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얼굴 / 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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