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고향

노량진김삿갓 2019. 10. 2. 06:48

노고산 아래의 넓지 않은 벌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 베기 황소가 헤설피 금빛 게으른 웃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을리요!!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할아버지 짚 베게를 돋아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딩굴던 풀 섶 아침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을 차마 꿈엔들 잊을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하얀 귀밑머리 날리는 늙은 할배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비상(飛上)하는 친구가 따가운 햇살 등에 지고 뛰놀던 곳
그곳을 차마 꿈엔들 잊을 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 수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까마귀 우지 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 도란거리는 곳, 

그곳을 차마 꿈엔들 잊을 리야……!
그곳이 꿈의고향 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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