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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 정철 글

노량진김삿갓 2014. 9. 2. 05:07
지난 7월 광화문 지하에 위치한 세종이야기 한글 갤러리에서는 '관동별곡' 등 가사문학의 대가로 알려진 조선 시대의 문신 송강 정철(鄭澈 1536∼1593) 선생의 작품유물특별전이 열렸습니다.

송강문화선양회와 (사)송강문화진흥원이 마련한 이번 전시는 올해로 4회를 맞고 있으며, 송강 선생의 유적지 모습과 유품, 서적, 서예작품 등이 전시되어있습니다. 전시장 한쪽에는 송강 선생의 일대기를 닥종이 인형으로 스토리화한 작품도 전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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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 선생의 일대기, 작품명: (왼쪽부터)곤궁, 장원급제, 송강의 관동별곡


1536년에 서울에서 태어난 송강 정철 선생은 유아기를 평탄하게 지냈으나, 9살에 갑자기 닥친 을사사화로 온 집안이 풍비박산되어 가장 민감하고 학업수련이 중요한 청소년기를 많은 고초를 겪으며 매우 어렵고 힘들게 보냈습니다. 정치가 잘못되면 어떤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선생은 '위정자는 뜻을 백성에 두어야 한다.'는 신념을 굳히고 일생을 선공후사, 공명정대, 위민보국 정신을 몸소 실천했습니다.

선공후사(공익을 우선하여 개인 일을 뒤로하고)
공명정대(공사를 바로하여 정의를 구현하며)
위민보국(국민을 위함으로 국은에 보답한다)

특히, 송강 선생이 한글로 지은 장ᆞ단가 모두가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은 것으로, 한문이 지배계층을 형성하고 한글이 홀대받던 16세기에 서민을 위해 우리말을 가장 아름답고 쉽게 가다듬어 한글 노래들을 주옥같이 감동적으로 표현하여, 한문을 압도하는 우리 문학으로 승화시키고, 온 국민에게 한글 확산 보급의 계기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전시회에 전시된 작품 중에는 국내 유명 서예가들이 송강 선생의 서적을 알기 쉽게 풀이한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접했던 송강 선생의 글을 전시된 작품으로, 또 각각의 서예가가 풀어놓은 작품으로 만나보니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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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동별곡 전문


그럼 전시장에 전시된 작품을 한번 둘러볼까요?

송강의 시조에 담긴 암수 한 쌍을 닭으로 형상화한 이 작품은 송강의 애민사상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꽃 작작 범나비 쌍쌍
버들 청청 꾀고리 쌍쌍
날짐승 길짐승
모두 다 쌍쌍인데
어쩌다 이 내 몸은
혼자 쌍이 없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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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식 作, 시조1수


관동별곡을 소재로 삼은 이 그림은 송강의 자연관과 관조 사상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비로봉 꼭대기에 
올라 본 이 그 뉘신가
동산 태산 
어느 것이 높던고
노나라 좁은 줄도 
우리는 모르거늘
넓고도 넓은 천하 
어찌하여 작단 말인가
아아! 저 높은 경지를 
어찌 하면 알 것인가
오르지 못하거늘 
내려감이 이상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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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정화 作, 금강산 상팔담


송강 선생의 장진주사를 재해석한 작품도 있습니다.

한잔 먹세 그려
또 한잔 먹세 그려
꽃 꺾어 셈하며
무진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주리어 메여가나
유소보장에 만인이 울어 예나
어욱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속에
가기 곧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쇼쇼리 바람 불제
뉘 한잔 먹자할고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 휘파람 불제
뉘우친들 뭣 하리


6.png▶ 지남례 作, 장진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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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훈민가(신철화 作), 사미인곡(이민재 作), 이몽뢰의 집에서 매화를 보다(김성복 作)


한국의 셰익스피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송강 정철 선생은 우리의 언어를 아름답게 문학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런 아름다운 작품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송강문화진흥원에서는 송강 선생의 작품을 영어, 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전 세계에 배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 9월에는 미국 LA의 한국문화원에서 특별전을 열어서 송강 선생의 작품을 널리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외국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아름다운 언어로 만들어진 작품이 소개될 수 있다고 하니, 참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