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를 벌써 베는 농부의 손길도 풍요로워 보인다.
저녁 무렵이면 북쪽으로 옮겨간 석양이 종일 달군 하루를 식힌다.
벌겋다.
대장간의 달구어진 쇳덩어리가 물속에 담기는 모습이다.
쇳물이 튈듯하다.
서편 자락에 심은 배롱나무가 노을에 실루엣 된다.
환상이다.
동녘에 떠서 중천을 돌아 이제 내일을 데리러 서해로 떠난다.
하루가 익어간다.
불 탄다.
석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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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면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를 얹어 작은 프레임 속에 하루의 막바지를 담는다.
카메라에 세월을 멈추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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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장치를 셀프로 설정하여 안사람을 세우고 그리고 나도 달려가 함께 모델이 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