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백수

노량진김삿갓 2019. 2. 22. 17:54

백수도 급수가 있다 

1급에 해당되는 백수를 동백이라 한다. 
동네만 어스렁 거리며 돌아다니는 백수다.
 
2급에 해당하는 백수는 가백이다. 가정에만 박혀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명 불백이라고도 한다. 누가 불러 줘야만 외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쌍한 백수라는 뜻으로 불백이다. 
 
3급은 마포불백이다. 마누라도 포기한 불쌍한 백수다. 
정말 앞이 안 보이는 백수다. 
며칠 전 어느 집 이야기를 내 아내와 딸이 나누는 소리를 들었다. 
수 십 년 같이 살면서 같이 늙어왔는데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집을 
나가달라고 했다면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혀를 차는 
소리를 들었다. 그가 마포불백이다.
 
그런데 좀 나은 백수가 있다. 4급 백수다. 화백이다. 말 그대로 화려한 
백수다. 젊었을 때 돈을 좀 챙겼기 때문에 한 주일에 골프장을 두 세 번
다니는 백수를 일컫는다. 화백은 왼쪽 손이 하얗다. 골프 장갑을 왼손
에 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좌백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도 백수는 백수다. 
 
그런데 요즘 반백이란 말이 돌고 있다. 백수들의 반란이란 말이다. 
다행이다. 소망스럽다.
 
지미 카터 전 미국대통령은 반백의 반란꾼 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반백’이다. 연임에 실패했으니 그는 현직에선 무능한 대통령이다. 
하지만 카터는 퇴임 뒤 완벽하게 반전을 이뤄냈다. 카터센터를 설립해 
전 세계 분쟁 현장에 뛰어든 게 벌써 30년이 넘는다. 
 
퇴임 시 백악관 직원들이 선물한 것은 목공 장비를 살 수 있는 교환권
이었다. 그가 이를 바탕으로 해비타트 집짓기 봉사에 나선 것은 
대성공이었다. 매년 카터 집안은 손자까지 3대가 모여 세계 각국을 여
행했다. 카터가 펴낸 ‘아름다운 노년’이라는 책엔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치를 것인가에 대한 혜안으로 가득하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카터와 달리 퇴임 뒤 그는 텍사스 농장에서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백수의 급수로 치면 가백이다. 누가 불러 줘
야만 밖으로 나가는 불백이며 불쌍한 백수에 해당한다. 평범한 주민의 
한 사람으로 지낸다. 그림을 그리고 장작을 패고 속도전 골프를 즐긴다.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백수는 백수다.
 
인생은 백수가 된 다음이 문제다. 카터가 쓴 책 이름처럼 
[아름다운 노년]이 될 것인가. 아니면 마누라에게 까지 버림을 받는 마
포백수가 될 것인가. 미래의 백수들은 지금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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