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테라피는 색을 통해 심신을 안정시키고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가 있어 최근 신혼집 인테리어 트렌드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로 차분하고 평온한 기분을 전하는 컬러 테라피 인테리어를 소개한다.
Fresh Green
자연에 가장 가까운 그린 컬러는 긴장을 풀어준다. 짙은 그린 컬러는 공간에 힘을 실어주고, 은은한 그린 컬러는 화사해 보이게 한다. 여기에 자연의 에너지를 더하고 싶다면 싱그러운 컬러의 패턴과 패브릭을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집 안에 식물을 두지 않더라도 치유와 휴식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1벽면을 분할해 짙은 그레이 컬러로 공간을 안정감 있게 완성했다.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암체어와 조도를 은은하게 해주는 간접 조명이 완벽한 휴식을 선사하는 공간이다.
2에메랄드 컬러로 벽면을 채워 화사한 공간에서 티타임을 즐길 수 있는 힐링 라운지.
3보태니컬 패턴과 녹색 화병으로 연출한 침실.
4우드 소재 테이블과 브라운 컬러 소파, 라이트 블루 유리병에 담긴 나뭇가지가 모두 숲 속의 집을 상상하게 한다.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공간이다.
Ocean Blue
블루는 생명력을 지닌 컬러로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이국적인 무드를 전한다. 블루 컬러는 채도 경계에 따라 인테리어 분위기를 좌우하는데 톤이 다운된 블루 컬러는 도시적인 느낌으로 세련돼 보이고, 터키 블루는 청량한 지중해식 향취를 전한다. 또 빅 사이즈의 블루 컬러 패턴은 에스닉한 느낌을 연출해 실내 분위기를 빈티지한 무드로 완성할 수 있다. 벽과 바닥을 블루 컬러로 선택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수납장이나 베드 스프레드, 액자 등 소품 몇 가지를 활용하면 보다 세련된 조합으로 탄생한다.
1다채로운 채도의 블루를 선택해 완성한 거실 인테리어. 투 톤을 믹스 매치한 패브릭 소재 소파가 감성을 따스하게 끌어올린다.
2톤을 다운시킨 멋스러운 블루 컬러가 있는 한 평 남짓한 공간에 군더더기 없는 우드 소재의 서랍장을 매치하고 육각 미러를 더해 예술적인 감각을 살렸다.
3침실 분위기를 결정하는 침구는 원 톤보다 패턴과 컬러가 어우러진 침구가 침실의 감각을 높인다.
Flower Pink
패션에서 러블리 컬러로만 여겨졌던 핑크가 인테리어 세계에서는 보다 다채롭고 세련되게 펼쳐진다. 화려한 패턴으로 변모한 강렬한 핑크는 공간을 예술적인 분위기로 탈바꿈시켜주고, 소프트한 핑크는 침구, 소파, 테이블 등 아이템에 따라 모던한 프렌치 시크 스타일로 회화적이고 우아하게 탄생한다. 무엇보다 핑크는 다양한 컬러와 조화를 이뤄내는 장점을 지닌 컬러로 콘셉트에 따라 화이트, 블랙, 오렌지 등 어떤 컬러와 매치해도 공간을 감각적으로 완성해주는 연출하기 편한 컬러다.
1핑크 장미에 옐로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린 듯 물든 벽면이 화사하다. 옐로와 핑크, 레드 컬러의 꽃 장식이 생동감을 더한다.
2이국적 풍경 그림을 핑크 컬러로 패턴화해 벽면을 장식했으며, 핑크 철제 선반이 존재감을 발휘한다.
3모던한 몰딩이 돋보이는 프렌치 감성 공간에서 은은한 핑크 컬러 암체어가 포인트가 된다.
Earthy Grey
침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그레이는 세련된 프렌치 스타일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다. 그레이의 큰 장점은 컬러 매치에 따라 그 분위기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점. 우드와 매치하면 따뜻한 앙상블을, 화이트 컬러와는 모던함을, 톤이 다운된 컬러와 사용하면 인더스트리얼 감성 무드가 완성된다.
1무채색 공간에 다양한 컬러의 쿠션이 집 안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2톤 다운된 그린 컬러 몰딩과 그레이의 조합으로 디자인적 감성이 돋보이는 현관. 그린 야자수가 싱그럽다. 벽지 인테리어보다는 벽면에 페인트를 칠한 인테리어는 도시적이면서도 시크한 분위기로 완성할 수 있다.
3벽면을 벽돌로 채우고 그레이 컬러로 칠한 침실.
4벽면과 바닥을 마감하지 않고 페인트칠만으로 공간을 연출한 주방. 다양한 소재와 오브제로 스타일시하게 완성했다.
열린 복층 구조의 홈 오피스
집과 작업실을 겸할 공간으로 이사를 준비하던 오승규, 진승희 부부는 홈 오피스가 갖춰야 하는 교통편과 예산을 고려해 20년이 훌쩍 넘는 역삼동의 오래된 빌라를 선택했다.
이 일대에 자리한 빌라들이 대부분 그렇듯 오래된 구조의 집은 불필요할 정도로 공간이 길게 나뉘어져 더 좁아 보였다. 4층 건물의 꼭대기 층에 위치한 집은 폐쇄적인 복층 구조로 되어 있었다. 디자이너 부부는 높은 천고의 장점을 살리고 공간을 넓게 사용하기 위해 2층 바닥의 일부를 철거해 오픈형 복층으로 리디자인하기로 했다. 집의 구조부터 재배치해야 하는 큰 공사라 리노베이션에만 두 달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 직접 제작한 가구, 디자이너로서의 안목으로 선별한 자재와 디자인 소품이 조화를 이루는 복층형 로프트 하우스. 두사람의 아이디어로 공간은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벗고 이국적이고 독창적인 모습을 갖게 되었다.
리노베이션 1단계는 구조 벽체를 제외하고 모든 내부 마감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15평 남짓한 1층은 내력벽과 기둥을 제외한 모든 벽체를 제거했다. 서비스 면적이 주어져 1층보다 넓은 30평 남짓한 2층은 바닥의 일부를 제거해 복층이 주는 시원한 개방감을 살리기로 했다. 로프트 스타일로 탁 트인 스튜디오형 공간의 1, 2층은 노출 계단으로 연결시켰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구성도 알차게 했다.
오피스를 겸하는 거실과 오픈형 주방, 욕실을 두고, 2층은 부부 침실과 휴식 공간, 작업실을 배치해 일과 생활을 효율적으로 분리했다. 집이 유난히 밝고 쾌적한 공간이 된 데에는 빛을 품은 커다란 창들과 전체적으로 마감한 화이트 컬러의 역할이 컸다. 화이트 컬러와 적재적소에 사용된 나무 자재가 조화를 이루며 차분한 분위기로 완성되었다. 공간에는 스툴, 조명, 오브제 등을 비롯해 다양한 아트 컬렉션이 부부의 취향을 드러낸다.
▲ 카페처럼 꾸민 주방과 음악 작업을 하는 작업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천장을 철거하면서 제거할 수 없어 남겨둔 H빔은 디자인 요소로 응용했다. H빔 사이에는 각재를 길게 붙여 조명을 달아 입체적 매력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반전시켰다.
▲ 바닥은 난방에 강하고 친환경 자재인 콘플로어와 솔리톤을 사용했다. 문의 프레임이나 문지방을 모두 없애 최대한 심플하게 마감했다. 1층 거실에 스기 원목 상판 테이블은 홈 오피스의 기능을 위해 들여놓은 가구. 디자인 체어들로 매칭한 이 공간에서는 클라이언트와 미팅을 하거나 회의하는 장소로 활용된다.
▲ 리모델링을 하면서 기둥에 매입한 전기 벽난로는 겨울이면 유용하게 사용된다. 지금은 잠시 사용을 멈췄지만 북유럽풍의 소품들과 같이 매칭하면 공간이 풍성해진다.
▲ 오래된 빌라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빈티지 느낌의 창. 크기도 모양도 마음에 들어 형태는 그대로 둔 채 화이트로 페인팅했다. 창 아래에는 나무로 계단 형식의 툇마루를 만들어 아늑한 휴식 공간으로 만들었다. 바닥 일부를 제거하면서 생긴 거친 단면은 화이트로 매끈하게 페인팅한 벽면과 대조를 이뤄 공간에 멋을 더한다.
▲ 아티스틱한 패턴의 화기는 실용적이면서도 과감한 디자인으로 공간의 포인트가 된다.
▲ 결혼 전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던 오승규 씨는 지금도 가끔 클래스를 하거나 연주를 하는 시간을 갖는다. 2층 작업실에 전자기타부터 클래식 기타를 한데 모아 꾸몄다.
환상의 듀오 디자이너
바비케이스는 오랫동안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용해온 진승희 씨와 기타리스트였던 오승규 씨의 의기투합으로 시작된 오픈한지 1년째인 따끈따끈한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다.
음악 활동을 오래 했지만 공간에 대한 관심으로 뒤늦게 공부하고 발로 뛰면서 노하우를 축적한 오승규 씨는 음악을 했던 감성으로 디테일을 꼼꼼하게 신경 쓰는 작업을 선보이는데, 남은 자재를 활용해 가구도 만들고, 색다른 아트월에 도전하기도 한다.
▲ 작업실과 휴식공간이 있는 2층. 천장고가 낮아 덩치가 작은 가구들로 배치하고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다.
이번 리모델링에서도 거실의 테이블과 벤치, 아트월, 천장까지 메인이 되는 가구와 디테일은 모두 집 안의 크기와 용도에 맞게 직접 디자인하고 시공했다. 반면 상업 공간 디자인을 오래 해왔던 진승희 씨는 주거의 편안함을 방해받지 않는 범위 안에서 임팩트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자유로운 공간 구성에 주저하지 않는다. 일상 공간을 디자인할 때는 용도와 기능을 좀 더 염두에 두지만 실용과 함께 창의적인 공간이 되도록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낸다.
특정한 공간과 스타일을 고집하는 대신 사는 이들이 만족할 수 있는 사는 집에 집중하고, 유연하게 디자인하고 싶은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디자인 철학이다. 집이 곧 오피스이기도 하니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그때 이야기하고 의견을 발전시킨다. 이들에게는 부부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이다.
▲ 거실 데크를 만들고 남은 라왕 우드를 잘라 만든 좌식 소파. 그 위에 패브릭 매트와 쿠션을 놓아 2층에 편안한 휴식 공간을 만들었다.
▲ 휴식을 위한 침실은 차분한 분위기를 위해 네이비 컬러로 페인팅했다. 곳곳에 개성 있는 소품들을 배치해 재미를 주었다.
▲ 선반 위에는 욕실 공기 정화와 함께 푸른 기운을 주는 식물을 올려 장식했다.
▲ 주방에서 바라본 욕실. 파우더룸을 중심으로 샤워 공간과 입욕 공간을 분리했다. 아라우코 빈티지 합판을 세로로 배열해 이어 붙이고, 바비케이스의 콘셉트를 타이포그래피로 새겨 넣은 아트월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 좁은 공간의 공간 효율성을 위해 노출 레일을 달아 슬라이딩 도어를 만들었다.
▲ 독립형 욕조를 들인 욕실 공간은 입욕을 좋아하는 진승희 씨의 힐링 스폿.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욕실에 우드 스텐을 바른 오크 우드 선반을 달아 회색빛 공간에 온기를 줬다.
친근한 동시에 오브제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길 원하는 공예의 꿈이 가구에 가 닿았다.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정통한 크래프트 퍼니처들은 제품과 작품 사이를 넘나드는 시적 감수성을 지녔다.

메탈의 신세계를 연 이스트렐라 쇼룸. 캄파나 형제와 ‘어 랏 오브 브라질’의 합작품이 전시돼 있다.

황금색 장미 정원이 펼쳐진 빌라리(Villari)의 쇼룸.

하이메 아욘의 트레이 스툴 ‘리액션 포에티크’ 시리즈. “이것 보세요, 공예가 완전 트렌드라니까요. 그렇다고 고풍스러운 것만도 아니고 완벽하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거예요. 너무 멋있지 않아요?” 지난 4월 밀란에서 진행된 가구박람회 ‘살롱 델 모빌레(Salone del Mobile)’와 ‘밀란 디자인 위크 2015’ 행사장을 돌아다닌 끝에 아킬레스건 과다 사용 판정을 받은 후배가 발쪽 통증과 함께 각인시킨 올해 가구 트렌드는 단연 ‘공예’였다. 지난겨울 ‘스톡홀롬 디자인 위크’를 방문했을 때 ‘기능성 오브제’에 대한 디자이너들, 브랜드의 욕구가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가구박람회에서 그 에너지가 폭발한 모양이다. 우선 눈에 띄는 몇 가지 아이템을 소개하면 스타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카시나(Cassina)를 위해 디자인한 4개의 트레이 스툴 ‘리액션 포에티크(Reaction Poetique)’ 시리즈를 들 수 있다. 1900년대 거장의 연주에서 영감을 받아 코믹한 오페라를 표방한 제품들은 검은색임에도 불구하고 나무 결이 고스란히 살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가 ‘판타지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한 스페인 도자기 브랜드 야드로(Lladro′)의 쇼룸도 눈길을 끌었는데 전통적인 포르셀린 디자인뿐 아니라 어떻게 매치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모듈식 행잉 조명의 매치가 멋스러웠다. 이 브랜드는 포르셀린, 흙 등 자연 재료를 자체 생산해서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천재 의자 디자이너 마르티노 감퍼(Martino Gamper)는 이번 시즌 게브뢰더 토넷 비엔나(Gebru..der Thonet Vienna)와의 협업을 진행했다. 전통적인 ‘비엔나 스툴’을 가지고 논 흔적은 3개의 원형 나무 프레임을 체인처럼 연결한 디테일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 형상이 곡예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하얀색 의자엔 검정 프레임을, 검은색 의자엔 하얀 프레임을 매치한 명암의 대비는 옛것이 새것이 됐음을 분명하게 선포하는 듯 모던했다. 이탈리아 곡면 유리 가구 브랜드 피암(Fiam)이 제네바 디자인(Ginevra Design)과 손잡고 선보인 일그러진 거울은 그 자태가 예술적이기 그지없어 어떤 공간이라도 압도할 만했다. 한편 풀 한 포기 없이 색색의 정원을 연상시키는 쇼륨도 있었으니 이스트렐라(Estrela)가 그 주인공. 캄파나 형제(Campana Brother)가 ‘어 랏 오브 브라질(A Lot of Brasil)’과 손잡고 완성한 메탈 소재 테이블, 천장등, 소파, 암체어는 다채로운 컬러와 활동적인 패턴 등으로 철의 차갑거나 무거운 성질을 무색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황금색 정원이 펼쳐진 이탈리아 브랜드 빌라리(Villari)의 쇼룸은 그야말로 로맨틱했다. 시그너처 장미꽃이 곳곳에 수놓인 스탠드와 샹들리에, 테이블 다리 등은 마치 오트 쿠튀르 의상을 연상시켰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니 크리스털, 18k 도금 등 재료에 들인 공도 컸다. 원래부터 공예를 표방해 온 브랜드이거나 모던한 디자인에 공예적 요소를 갖추었거나, 그로 인해 탄생한 공예 가구들은 슬로 라이프를 지향하는 일상의 가치와 맞물리는 듯 보인다. 고대 방식과 잊혀진 재료를 돌아보며 새로운 삶의 철학을 추구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들은 생산 과정에 있어서도 소규모 생산을 추구하고 예술가 혹은 장인들과의 협업과 사라져 가는 전통기술에 대한 향수를 되새기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돌, 테라코타, 세라믹, 가죽, 나무, 철, 유리와 같은 기본적인 소재를 탐구하고 재료 자체에 가공되지 않은 듯한 미학을 녹여 넣는가 하면 완벽하게 장인들의 전통 기법을 따르면서 현대적인 디자인을 선보이기도 한다. 결국 과거의 방식으로 현대의 유물을 창조하려는 이들의 욕망이 기성품을 넘어서는 아트 피스를 탄생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시간의 영속성’을 담은 제품들은 가격에 대한 볼멘소리도 무색하게 만든다.몇 해 전부터 큰 트렌드로 떠오른 공예 가구 중 옛것과 새것이 의미 있는 스파크가 일어난 아이템들.

1테라코타를 이용해 고대 저장 방법을 재해석한 덴마크 홈웨어 브랜드 메누 (Menu)의 ‘포츠(Pots)’ 시리즈.2영국 전통 가구에 쓰이던 견목재를 활용해 가구의 기본형만 강직하게 만든 맥스 램(Max Lamb)의 ‘우드웨어(Woodware)’.

3톰 딕슨 뉴 컬렉션 조명 ‘멜트 루미네어’.4넨도와 루카 니체토의 협업으로 완성된 ‘쿠라게 페이퍼 조명’.5지난해 시칠리아의 화산 분화 후 냉각된 용암을 재료로 한 포르마판타스마 (Formafantasma)의 뉴 컬렉션.6아틀리에 비아게티의 ‘프티 테이블 드 밀란’.7물탱크에서 영감 받아 완성한 풀포의 ‘오다’ 램프 시리즈.

8디자이너 파트리샤 우르키올라가 전통방식에 따라 가마에서 구워낸 무티나의 타일 ‘티에라스 컬렉션’. 두오모에서 판매한다.9장인들의 문화를 이어가기 위해 케인과 라탄을 엮어 만든 카사마니아 (Casamania)의 ‘라피아(Raphia)’ 의자 컬렉션.10놋쇠를 베이스로 밀란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완성한 아틀리에 비아게티의 ‘파라볼라 (Parabola)’ 램프. ‘트렌드는 트렌드일 뿐’이라 일축하는 건 소외된 이들의 한탄일 수 있으니 접근 가능한 제품 몇 가지를 소개한다. “<엘르 데코> 일본 팀은 일개 군단이 박람회에 참석했더라고요. 그 속에 밀란에서 이미 스타가 된 넨도의 수장 오키 사토가 있는데 다 같이 전시장을 누비는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오키 사토는 실물이 더 멋있어요.” 디자인 감각뿐 아니라 멋있기까지 하다는 오키 사토만큼 유명한 한국 디자이너가 배출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소개하는 제품은 넨도(Nendo)와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카 니체토(Luca Nichetto)가 협업해 만든 돔 형태의 ‘쿠라게 페이퍼 조명(Kurage Paper Light)’이다. 해파리를 닮은 디자인도 재미있지만 자국의 전통 재료를 사용했다는 점에 눈길이 가는데 식물 섬유로 만드는 전통 종이 와시(和紙)에 일본산 사이프러스 나무를 아이스크림 스틱 같이 매치했다. 참, 이번 시즌 핫 뉴스 하나. 조명, 가구,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은 물론 문구 제품까지 영역을 확장하면서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브랜드가 된 톰 딕슨의 수장이 자신만의 쇼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했다. 대표작인 ‘미러볼’ 등 오래도록 메탈 소재에 집착해 온 그가 선보인 ‘멜트 루미네어(Melt Luminaire)’는 딱 봐도 무라노 섬 유리 장인들의 손길이 닿은 듯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이 반투명한 천장등은 일그러진 모습이 시각적 환각을 일으키는 듯하다. 옛것과 새것의 교집합이 이뤄지는 제품들에도 눈이 간다. 아틀리에 비아게티(Atelier Biagetti)의 ‘봉주르 밀란(Bonjour Milan)’ 컬렉션 중 하나인 프티 테이블 드 밀란(Petit Table de Milan)은 불투명한 놋쇠 다리와 밀란의 오래된 건축물 바닥에서 찾은 육각형 타일로 만든 커피 테이블이다. 전자 드럼 같기도 하고, 접시 돌리기를 보는 것 같기도 한 이 테이블은 모두 다른 컬러와 패턴을 가졌다는 점이 끌린다. 한편 디자인으로 재료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제품도 있었는데 자연적인 소재를 별다른 가공 없이 옮겨 놓은 듯한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임퍼페토 랩(Imperfetto Lab)의 제품들은 가짜라는 게 신기할 정도. ‘베르테르 투로니(Verter Turroni)’가 디자인한 200년은 됐을 법한 고목 벤치 ‘올모(Olmo)’, 바위를 반으로 뚝 잘라 놓은 듯한 북엔드 ‘라이미스(Limes)’는 놀랍게도 유리섬유로 만든 제품들이다. 유리섬유 하면 초기 임스 체어가 먼저 떠오르는데 디자인 변형이 쉽다는 장점으로 1세대 산업 디자이너들이 열광했던 소재를 완벽하게 자연을 표방할 수 있는 기술로 연결한 점이 흥미로웠다.

여러 형태로 변형시켜 사용할 수 있는 브라질 디자이너 마우리시오 아루다(Mauricio Arruda)의 ‘콜레티바 (Coletiva)’ 시리즈.

로렌자 보촐리 (Lorenza Bozzoli)가 컬러풀한 꼬임으로 조류의 모습을 형상화한 데돈(Dedon)의 아웃도어 흔들의자 ‘페드로(Fedro). 키아샤 매장에서 만날 수 있다. 사실 생산 과정에 공예를 접목시키려는 움직임은 몇 해 전부터 큰 흐름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그간 이 작업에 동참한 많은 스타 디자이너 중에서 <엘르>가 주목한 인물은 독일 디자이너 세바스티안 헤르크너(Sebastian Herkner)다. “디자인은 감각과 패션 그리고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해요. 스케치를 할 때면 가장 먼저 컬러를 생각하죠. 재료를 살리는 것에 관심이 많고 재료 조합에도 신경을 많이 써요.” 그의 탁월한 재료 사용과 공예적 상상력은 메탈과 유리를 컬러풀하게 매치한 클래시콘(Classicon)의 ‘벨 테이블(Bell Table)’, 세네갈 장인들이 낚싯줄을 꼬아 만든 모로소(Moroso)의 ‘반줄리(Banjooli)’ 컬렉션, 유리 공예와 은도금 기술을 합쳐 완성한 풀포(Pulpo)의 ‘컨테이너(Container)’ 화병과 물탱크에서 영감받은 오다(Oda) 램프 시리즈 등이 말해주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풀포 컬렉션은 보에(Boe)에서 만날 수 있다). ‘실용적인 물건에 장식적인 가치를 부가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 미술’이 공예라면 가구는 생산 공정에서 필연적으로 공예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아무 가구에나 공예라는 단어를 붙이진 않는다. 지난해 이탈리아 타일 회사 무티나(Mutina)와의 협업으로 ‘티에라스 컬렉션(Tieras Collection)’을 선보인 디자이너 파트리샤 우르키올라는 이렇게 얘기했다. “나는 색다른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뭔가 다른 것이 느껴지는 작품을 원했어요. 테라코타나 용암처럼 뭔가 다르면서도 사람들에게 친숙한 느낌을 찾다가 재활용 도자기에 점토, 퇴적암 같은 물질을 섞어서 사용하거나 좀 더 가공하기도 했어요.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해 뉴트럴을 표현했다고 할까요?‘’ 전통방식을 따르면서 완전히 새로운 타일을 만든 그녀는 인간적인 감성과 재료,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탄생한 공예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자, 여기 시간의 영속성을 담은 가구들이 잔뜩 있다. 그것들이 묻는다. 당신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이냐고, 나와 함께 한 땀 한 땀 느린 삶을 꿰어 보겠느냐고.
예상 밖의 제주도 제주도에 갔다. 호텔에 묵는 대신 에어비앤비에서 본 작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이틀을 지냈다. 거기서 생각지 못한 여행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마리끌레르 김지은 입력 2015.06.19 09:44 수정 2015.06.19 09:51
어떤 숙소에서 묵을까? 사실 좀 더 어릴 때는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이왕 온 여행, 짐만 풀어놓고 가능한 한 오래 밖을 돌아다니려니 몇 시간 머물지 않을 숙소에 공을 들일 여력이 별로 없었다. 그러다 말끔한 호텔방을 접하면서부터는 집에서는 못 보던 새하얀 시트와 백열전구 스탠드 조명이 주는 그곳의 은근한 호사스러움이 좋았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언제 어질렀었나 싶게 정돈된 객실을 보는 것도 가끔은 흐뭇한 경험이다. 물론 훅 늘어난 여행 경비 탓에 월급이 통장을 스쳐가는 쓰린 현실은 감수해야 했지만. 뭐, 어떻게 보면 그 외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도 별로 없었다. 민박, 리조트, 호텔, 간혹 호텔을 가장한 모텔까지 떠올려보아도 비슷한 종류의 숙소라면 어느 여행지에서든 그 인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에어비앤비는 숙소로 ‘남의 집’을 권한다. 이들은 온라인과 모바일로 숙소를 제공하는 주인과 여행객을 잇는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객은 지구 저편의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의 방 한 칸도, 집 전체도, 고풍스러운 별장도 빌릴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생각지 못한 일이다. 집만큼 주인 따라 가지각색인 공간도 없다. 집주인을 전에 본 적도 교류한 적도 없지만, 액자에 끼워진 사진, 식기를 사용한 흔적만 보아도 주인을 느낄 수 있다. 게스트가 공유하게 되는 건 단순히 방 한 칸이나 공간만이 아닌 셈이다.
앤트러사이트는 원래 서울 합정동에 있는 로스팅 카페다. 버려진 공장을 카페로 변신시킬 때 주인은 건물의 원래 모습을 존중하려 했고, 그렇게 탄생한 공간은 이전의 투박한 멋과 세련된 분위기가 어우러진 독특한 매력을 뽐냈다. 경기도 양주에 이어 제주도에 세 번째로 문을 연 ‘제주 앤트러사이트’는 여기에 자연미를 더했다. 카페 한편의 육중한 중장비가 오래전부터 자기 자리였을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한편, 그 옆으로 고개를 쑥 내민 길쭉한 풀잎이며 현무암을 쌓아 올려 만든 커피 바는 마치 제주도의 풍경을 실내로 그대로 들여온 것 같다. 선반에 진열된 아트북 한권 집어 들고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주문하니 왠지 으쓱한 기분마저 든다.
주소 제주시 한림읍 동명리 1715
문의 064-796-7991
좌우로 넓적한 제주도의 서쪽 끝 해안가를 훑는 올레 12코스는 이 섬만이 가진 풍경을 고루 담고 있다. 걷는 내내 모습을 바꾸는 자연의 모습에 지루할 새가 없다. 특히 수월봉 입구는 유네스코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한 고산리 선사 유적지와 맞닿아 있는데, 마치 거인이 고운 진흙을 손가락으로 긁어내고 반질반질한 돌멩이를 점점이 박아둔 듯 겹겹의 지층 사이에 박힌 화산탄이 그대로 드러난 검은 절벽은 압도적인 풍광을 만들어낸다. 당산봉을 오르다 점점 숨이 차 온다 싶을 때면, 불현듯 수풀 사이로 탁 트인 하늘빛 바다에 점 찍듯 나란히 자리한 차귀도, 와도가 눈에 들어온다. 일몰 때 오면 몇 배는 더 아름다울 듯하다.
주소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문의 064-762-2190
‘무릉외갓집’은 제주도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제대로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농산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원이 되면 무릉리에서 자란 신선한 농산물과 타 지역의 특산품, 간간이 수산물까지 한 달에 한 번 집으로 보내준다. 무릉리의 비옥한 땅과 제주도의 온화한 기후 아래 온갖 작물이 자라난다. 돌미역, 우도땅콩, 콜라비, 찰밀쌀에 이르기까지 제주에 갈 수 없어서 못 먹고 아쉬워만 하는 온갖 농산물이 담긴 박스라니 어떤 택배보다도 기다려지겠다. 농민들이 정성을 다해 수확한 귀한 농산물은 무릉리의 오프라인 마켓 겸 체험 공간에서도 직접 보고 살 수 있다. 채소나 과일, 나물도 있지만 된장, 미숫가루, 잼 같은 가공식품도 있으니 일부러 찾아갈 만하다.
주소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 640-5
문의 070-4414-7966
에어비앤비에서 호스트는 집의 형태나 상태, 운영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집을 오픈할 수 있다. 이글루나 중세의 고성이 이색적인 숙소로 등장하듯 제주도 돌담집의 방 한 칸도 내놓을 수 있고, 으리으리한 별장 전체를 빌려줄 수도 있다. 숙소를 이용한 여행객들은 때론 열성적으로, 때론 냉정하게 리뷰를 남긴다. 쿵짝 잘 맞는 집주인과 밤늦게까지 담소를 나누는 건 에어비앤비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즐거움이다. 어쩌면 성향이 다른 주인을 만나 서먹한 채 며칠을 보낼 수도 있겠지만, 그게 염려스러워 게스트를 내버려두는 무심한 집주인을 원한다면 그마저도 가능하다.
부잣집 도련님이 주인공인 드라마에서 본 듯한 이층집. 이 집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마당을 지나 야트막한 언덕 위쪽으로 자리한 양옥집은 멀찍이 한참 아래 위치한 대문에서 올려다보면 잘 다듬어진 정원과 어우러져 호화롭기 그지없다. 호스트는 10명 이상의 단체 여행객에게 집을 통째로 빌려준다. 다섯 개의 방과 널찍한 2층 거실, 기다란 탁자가 놓인 주방은 말끔한 블랙 앤 화이트 인테리어로 통일되어 깔끔한 인상을 준다. 가족 모임 장소로도 안성맞춤이지만 일정만 맞는다면 여러 친구들과 이곳에서 왁자지껄한 여행을 계획하고 싶어진다.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간은 게스트마다 논의 후 결정한다.
최소 숙박일 3일
주소 서귀포시 안덕면 덕수리
고요한 제주도 시골길을 달리다 마주치게 되는 ‘제주 BnB 게스트하우스’는 두 자매가 운영하고 있다. 7, 8년 전 부모님, 남동생이 지내는 제주도로 터전을 옮긴 언니와, 중국에서 생활하다 군대에 간 아들을 따라 1년 전 잠시 한국에 들어와 제주에서 지내고 있는 동생은 먼 타지에서 각자의 삶을 살다 뜻밖에 이루어진 재회가 여전히 들뜨고 즐겁다. 이 집의 온화한 기운은 그런 우애에서 비롯된 것 같다. 두 개의 게스트 룸에는 각각 화장실이 딸려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감귤나무가 촘촘히 심어진 앞마당의 화사한 전경을 내다볼 수 있는 안쪽 방은 비 오는 날에도 제법 운치가 있어 특히 추천한다. 이른 아침 호스트가 내어주는 간단한 조식을 먹을 수 있고, 집 옆에 바비큐장도 마련되어 있다. 살가운 집주인과 마음이 통하면 더욱 재미있을 숙소다.
체크인 15:00
체크아웃 10:00
최소 숙박일 1일
주소 제주시 한경면 낙수로
‘보스톤2081’은 아담한 야자수가 늘어선 입구며 현무암으로 지은 돌집과 꽃이 만개한 정원이 이색적이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준다. 정원에 놓인 선베드에 누워 살랑거리는 제주 바람을 맞고 있으면 잠이 솔솔 올 것 같다. 건축과 요리에 관심이 많은 주인 부부는 누구에게나 허물없이 다가가는 성격이어서 금세 친근함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이 차려주는 아침 식사는 꼭 챙기길. 유기농 재료로 만드는 요리들은 브런치, 한식,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다 맛깔나다. 안주인의 요리 솜씨를 빛내주는 정갈한 플레이팅 또한 마음을 사로잡는다. 두 개의 방에는 욕실이 딸려 있으며 문밖에는 야외 탁자도 있어 언제든 밖에서 햇살을 즐길 수 있다.
체크인 15:00
체크아웃 11:00
최소 숙박일 2일
주소 제주시 한경면 낙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