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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사진 (5/1)

노량진김삿갓 2015. 5. 2. 21:41

 

 

 

 

 

 

 

         티     

      돌샘/이길옥 1. 모란 카페 후미진 곳에 어둠이 몰려 있다. 모란꽃 닮은 여자가 조용히 눈을 감고 어둠을 반쯤 내려덮은 채 잔잔히 흐르는 음률에 젖어 어두워지고 있다. 제법 폼이 잡혀 있다. 분위기가 적당히 세련되어 호기심이 덧난다. 의문의 껍데기가 모란꽃 홍조로 물든 여자에게 다가가자 여자는 음악에 음자도 모른다며 일어선다. 2. 하루를 마감하고 식식거리는 지하철 마지막 칸 겨우 손잡이 하나 얻어 잡은 남자의 다른 손이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유명 시인의 시집을 펴고 열차의 속력에 맞춰 출렁이고 있다. 눈은 앞에 앉은 여자의 잘 익은 가슴을 더듬는다. 시인을 물으니 모른단다. 오늘 생전 처음 책 한 권 샀단다. 3. 늦은 오후 공원 벤치를 배경으로 꼭지 큰 베레모를 비스듬히 눌러 쓴 노인의 수염이 백발이다. 앞에 100호는 족히 될법한 캔버스에 노을이 탄다. 그냥 불이다. 가끔 허리 가는 색깔들이 노을을 갈라놓고 있다. 내용을 묻는 내게 자기도 모른단다. 붓이 하도 날씬하고 좋게 보여 화가 흉내 한 번 신나게 내봤단다. 4. 티가 티를 내는 세상이다.

       

       

       

       

       

       

       

       

       

       

       

       

       

       

       

       

       

       

       

       

       

       

       

      모처럼 만나 산행을 하고

      노래방도 가고 늦게까지 같이

      먹고 마시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

       

      일상의 반복된

      생활을 잠시 미루고

      오늘이라는 시간을 보낸 친구들...

       

      즐거움과

      재회라는 기다림

      더욱 자주 봐야 하겠지~

       

      티 없이 밝고

      해맑게 웃음짓는 모습들

      진정한 우정을 쌓는 우리가 되길~

       

      바리바리 쌓온 손길과

      이렇게 무보수로 이끌어 주는 대장~

      더욱 고개 숙여 감사에 감사를 드립니다.

       

      모든 친구들이

      덮어주고 위로하며

      초원에서 영원 영원하길~

       

      추신: 그냥 찍었읍니다.

      혹 사진 삭제를 원하면 올려주세요~

       

      김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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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 2  
      

       

      시인/돌샘: 이길옥 잘 못 섞인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자고로 있을 자리가 아니면 눈엣가시다. 어머니께서 쌀독 바닥을 긁어 담은 쌀에서 뉘를 추려내신다. 바가지에 남은 쌀을 조리로 일구자 쌀 부스러기 틈에 끼어 있던 모래알 하나가 신경을 건든다. 바가지를 탁탁 털어 엎으신 어머니의 불만이 가마솥에서 부글부글 끓는다. 아버지께서 도리깨로 콩 다발을 두들겨 패신다. 통증을 못 견디고 이리 뛰고 저리 튀는 콩을 따라 잘게 부서진 콩깍지가 바람에 날린다. 두들겨 맞고 가만히 있을 놈 있을까. 부아가 치민 콩까지 가루가 독기를 품고 아버지 눈을 파고든다. 쿡쿡 쑤시는 이 환장할 성가심. 울타리에 웃자란 찔레 순을 낫질한다. 사지가 잘려나가는 진통이 골수로 몰린 찔레 가시에 살기를 가득 채워 손톱 밑을 파고들더니 끝을 잘라놓고 빠져나며 소름이 돋는 아픔을 사정(射精)한다. 티의 오기를 잘 다스리는 법에도 도가 터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