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책
노량진김삿갓
2018. 3. 4. 07:32
미래를 읽기 위해서 인터넷에 시시각각으로 올라오는 최신 정보에 주목한다면 중수다. 고수라면 책을 읽는다. 한 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다른 책을 읽고 내용을 보완해 그 책들이 가로지르고 있는 공통된 주제, 공통된 맥락을 파악하고 연결하면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독서 큐레이터 이동우의 『미래를 읽는 기술』은 '미래'라는 키워드로 오늘날 직장인이라면 꼭 읽어야 할 다양한 경제경영서를 소개하는 책이다. 세상과 4차 산업혁명, 개인과 사회 그리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읽어야 할 42권의 책을 만날 수 있는 책, 『미래를 읽는 기술』의 저자 이동우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 『미래를 읽는 기술』이라는 책의 제목이 독특합니다. 이런 주제의 책을 쓰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11년 전에 미래학을 공부하겠다면서 하와이대학으로 유학을 갔던 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그 후로 연락이 끊기고 말았죠. 언제부터인가 ‘미래학’은 전문적인 영역으로 인식되고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연구하는 학문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미래학자들이 잠잠합니다. 물론 어떤 미래학자들은 끊임없이 미래 예측을 하고 있지만, 예전만큼 활발한 미래 예측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책을 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미래를 예측하고 책을 내는 속도가 기술의 발달 혹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파생적으로 벌어지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죠.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이 지점에서의 고민이었습니다. 직장인들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지만,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겁니다. 바쁜 현대사회는 오랜 시간 집중해서 미래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는 파악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누구나 미래를 쉽게 내다볼 수 있도록 최근 몇 년 간 화제가 되었던 전문가, 학자, 경영자들의 시각을 빌려온 것입니다. 경제경영서들이 만들어내는 트렌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각기 다른 출판사 그리고 다른 저자들이 쓴 책들이지만 이 책들은 ‘동시대적인’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시대적 공감대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은 각자 전문 영역, 학위, 지역, 경험이 다르더라도 이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지식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쓴 『미래를 읽는 기술』에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읽어보시면 깜짝 놀랄 스토리가 보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200권이 넘는 책을 리뷰하셨는데, 이 책에 들어간 42권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신 것인가요? ‘좋은 책’이라는 기준은 여전히 모호합니다. 어떤 분들은 오래된 인문서가 좋은 책이라고 말합니다. 이 분들은 가끔 극단적으로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와 같은 ‘실용서’는 흩날리는 지식이라고 폄하하기도 합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베스트셀러가 ‘좋은 책’이라고 말합니다. ‘크라우드소싱’이라는 측면에서 반론을 제기하기도 어렵겠죠. 저는 최근 몇 년, 적어도 3년 혹은 4년 동안 지식의 전반적인 체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조직문화, 마케팅, 인공지능, 자기계발, 사회학, 경영학 등 현대사회에서 실용적으로 사용되는 지식들이 완전히 바뀌어버렸습니다. 마케팅 분야로 보면 잭 트라우트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이타마르 시몬슨 교수의 『절대가치』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죠. 제가 책을 고른 기준들은 바로 이런 것이었습니다. ‘좋은 책’은 아닐지라도 그 분야에서 반드시 큰 변화의 지점에서 변화를 지적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던 책들입니다. 물론 모든 책들이 다 올바른 방향을 이야기한 것은 아닙니다.『미래를 읽는 기술』에서는 트렌드를 잘못 파악한 책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요, 그것은 직접 확인해 보시면 되겠습니다. 학교 다닐 때 많이 보곤 했던 ‘꼭 읽어야 할 동 ‧ 서양 고전’이라든가 필독서의 형태로 소설의 내용을 정리해 한 권으로 묶은 책은 많았지만 이렇게 경제경영서를 한 권으로 묶은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요, 특별히 경제경영서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다면요? 저는 오래 전부터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예컨대 S대학교에서 선정한 청소년 필독서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 리스트를 보면 솔직히 하품만 나옵니다. 물론 그 책들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좋은 책이라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고른 분들은 아마도 교수님들이겠죠? 그 책들은 다 읽어보신 거겠죠? 물론 그런 책들이 나쁘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잖아요? 시대적 발상이 달라졌고, 생존하는 방법이 달라졌는데, 1,000페이지가 넘는 『레미제라블』 혹은 『돈키호테』를 우선적으로 읽어야 할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조금 더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런 책들은 소중한 책들입니다. 그리고 어떤 세상이 되더라도 사람됨 그리고 인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책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세상은 우리가 예전에 알고 있던 세상이 아닙니다. 가깝게는 2000년이 되던 시점과 지금은 물리적 거리와 시간에 대한 인간의 개념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기술은 더 빨라지고 있고, 이 기술은 다시 거의 모든 분야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지금 따라가야 합니다. 더 늦으면 따라잡기도 힘듭니다. 제가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경제경영서는 대중서이자 전문서’라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전문적인 이야기 같지만, 일반 대중을 위해서 판매되는 대중서이거든요. 그런데 이 책들의 특성 중에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어요. 한 번 나온 책은 다시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이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저는 반복해서 하는데요, 한 번 나온 책은 다시 나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뒤에 나오는 모든 책들은 독자가 앞선 내용을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나오는 것이죠. 예컨대, 2008년에 『루시퍼 이펙트』라는 책이 나왔습니다. 심리학 책을 많이 읽으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런데, 이런 책이 한 번 나오면 이런 종류의 책은 다시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택한 분야가 바로 경제경영 분야이고, 더 늦기 전에 이런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경영서는 스토리가 있는 책들과 달리 독서의 방법도 다를 것 같은데요. 많은 분들이 제게 특별한 독서법이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시는데요. 사실 그런 건 절대 없습니다. 글쎄요, 소설책이나 에세이를 보면서 밑줄을 그으면서 책을 본 기억은 별로 없는데요, 경제경영서는 그야말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데 속독이나 정독이냐의 방법론적 차이는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문제는 얼마나 집중해서 보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팁을 드리면 모든 책들이 그렇듯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반드시 존재하거든요. 그러니까 저자가 이 책을 왜 썼는지를 파악하면 책 읽기가 쉬워집니다. 많은 분들이 책 읽기는 저자와의 대화라고 하는데요, 그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왜 썼을까를 계속 찾다보면 어려운 경제경영서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미래를 읽는 기술』은 한 권, 한 권에 대한 단편적인 설명에서 벗어나 모든 책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연결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형식이 이 책의 장점이면서도 큰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읽기엔 좀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한 권도 제대로 모르는데 여러 권의 흐름을 읽어야 하니까요. 이 책은 지금과 가까운 미래를 구성하는 맥락들을 읽어낸다고 생각하시고 책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이 책은 42권의 책을 모두 읽은 독자들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시간이 없고 바쁘게 살아야 하는 현대인 그리고 직장에서 끊임없이 경쟁 환경 속에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이 시대에 반드시 알아두었으면 하는 지식 그리고 맥락을 담았습니다. 이 책을 보시면 아마도 다른 경제경영서들도 보다 쉽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보통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면 인공지능, 로봇 등 첨단 기술과 관련되어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데요,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이 금융화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돼 제조업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라는 관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요? ‘금융화에 대한 반성’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들이 이 책을 읽었던 사람들이 함몰되기 쉬운 지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경제경영서 뿐만 아니라 모든 책들이 그렇죠. 독자는 하나의 맥락을 찾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을 줄지어 생각하려고 하니까요. ‘금융화에 대한 반성’이라는 것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 금융산업의 발전이 한 국가의 산업 전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적했던 이야기입니다. 금융화에 대한 반성으로 제조업을 다시 육성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은 본래 독일에서 시작된 ‘industrie 4.0’에서 시작한 제조업의 혁명입니다. 여기에는 빅데이터, 센서기술, 통신인프라 등이 포함되죠. 이 개념은 2011년 하노버박람회에서 발표되고 2016년에는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명칭으로 바뀌어버렸는데요, 선진국들에서는 ‘미래공장’, ‘스마트팩토리’ 등의 명칭으로 사용되고 있죠.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새롭게 벌어지는 거의 모든 변화를 일컫는 단어가 된 것 같습니다. 하물며 드론 산업과 우주 산업까지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니까요. 그러나 이 용어가 메타포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선진국들이 제4차 산업혁명을 제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198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졌던 주주가치극대화 혹은 주주혁명, 그리고 비용절감과 이윤추구를 위한 기업의 생존전략이라고 봐야 합니다. 예전에 기업들은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부분 필요없다고 생각되거나 부가가치를 일으키지 않는 일들은 해외로 보냈었는데요, 지금은 다시 본국으로 불러들이고 있죠. 그래서 할리데이비슨과 아디다스가 제4차 산업혁명의 모범 사례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GM이 철수해서 미국 디트로이트로 이주하겠다고 하는 것도 사실 같은 맥락일 것입니다. 이제는 선진국들이 노동력을 대거 투입하지 않고도 제조업을 가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 확보되었고, 이는 국가적으로도 지향해야 하는 일이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아쉽게 빠졌지만 소개하고 싶은 최근의 경제경영서로 무엇이 있을까요? 두 권의 책이 있는데요, 이 책을 마무리할 때 나왔던 책입니다. 한 권은 『메이커스 앤드 테이커스』라는 책이 있습니다. 앞에서 금융화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드렸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 책이 잘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한 권은 『미래연표』인데요, 『미래를 읽는 기술』에서도 인구학적 관점에 대해서 말씀드렸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미래연표』는 말 그대로 적나라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셨다시피 오늘날 직장인들은 여러 이유에서 독서에 어려움을 많이 느낍니다. 책 읽기를 힘들어하는 독자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책 읽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많은 책을 읽었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쉽게 책을 읽을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 역시 책 읽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게다가 책을 읽으면서 다른 것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하고, 집중력을 오랜 시간 동안 투자해야 하니까 책 읽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방법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책을 대체할 만한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한 분야에 대해서 깊게 다룰 수 있는 도구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대 사회를 사는 직장인들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죠. 보다 쉽게 말씀드려 볼까요? 보통 사람들은 책을 잘 읽지 않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시대를 앞서 나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이죠. | 기사 및 사진제공_비즈니스북스
|
- 겨울서점, 디스크로 누워있는 동안 읽은 책 리뷰
- 책읽찌라, 『당신이 내게 최면을 걸었나요?』
- 누군가는 에세이, 누군가는 소설, 누군가는 시처럼 살아간다,『숨』모자
- [지금 뜨는 책 3] 이 소설, 영화화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 [숨] #4. 겨울 바다, 아이스크림